2024 26주차 회고 | 상반기 마무리
드디어 네트워크 과목 시험이 끝났다. 이제 한달 뒤에 Regulation 이라는 딱 한과목 소논문 제출 & 발표만 끝나면 2학기도 끝이 난다. 주제를 정해야 해서 둘러보다가 아무렴 경제/파이낸스와 관련된 부분을 골랐다.
금요일 시험, 열심히 준비했고 후회가 없어서 아주 후련하다. 시험 범위가 아니라서 안보고 스킵한 강의 자료가 좀 있으니 내일 (회사 창립기념일이라 일을 안한다 야호!) 학교 갔다가 도서관에 가서 읽어봐야겠다.
금요일 시험은 오전에 있었기에, 학생들 여럿과 모여 점심을 먹고 오후엔 미리 약속을 한 교수님을 뵙기 위해 오피스로 찾아갔다. 전자공학 교수님이 진행하시는 프로그램에 엔지니어링 전공자가 아닌 내가 파이낸스 쪽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여쭤보기 위해서였다. 미로같은 길과 건물 구조를 헤치고 만난 교수님. 처음엔 본인 프로그램에 대해 노트북으로 피피티까지 켜서 설명해주시다가 본인 프로필이 있는 슬라이드로 돌아가서 본인이 어떤 길을 걸었는지에 대해 설명을 하셨다. 그러더니 갑자기 개인적인 이야기로 빠져서 뭔가 다른걸 기대하시는 듯한 질문과 언어들이 나왔다.
약속이 있는 척 두시간쯤 지나 짐을 챙겨 건물을 빠져나왔다. 원래 교수님과의 미팅 후 난 저녁에 술을 진탕 마실 계획이었는데 착잡한 마음에 모든 계획을 접고 그저 상점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마음에 드는게 없어 이만 집에 돌아갔고, 제대로 된 저녁도 챙기기가 귀찮아서 과자와 아이스크림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고 잠이 들었다. 별 일이 있었던 건 아닌데 확실히 경계를 그어야 하는 순간. 사실 아무것도 아니지만 자꾸만 그 대화가 머릿속에 떠오르는데 무엇보다도, 내가 너무 짧은 옷을 입었던게 문제였던건가 스스로 생각이 드는게 불쾌하다.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나를 탓하고 있지? 아무래도 학계에 있어 상황을 더 잘 파악할 것만 같은, 박사 공부를 하는 친구에게 털어놓으니 역시 그 교수님 대단히 이상하고 그런 기회는 생각보다 많이 있을 수 있으니 이상한 느낌이 든다면 지속하지 않는게 아무렴 좋겠다고 조언을 해주었다.
어떻게 잠든지도 기억이 안나는데 알람도 못듣고 늦잠을 자는 바람에 토요일 수업에 10분 정도 지각했다. 그래도 10분만 지각할 수 있게 늦잠잔 거라서 참 다행이다. 가장 존경하는 교수님의 수업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 날의 기억 때문에 이 교수님의 태도를 유심히 지켜보게 되었는데 이 분은 역시 학생들 얼굴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는게 당연한 거지만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시험 다음날이라고 배려해주시는 건지 라운드테이블 담화, 논문 읽고 토론하는 식의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저녁엔 몇몇 가까운 친구들과 비어가르텐에 갔다. 이탈리아와 스위스 경기가 있던 날. 축구 경기를 보며 맥주를 마셨는데, 두 잔 마시곤 나는 완전히 취해버려서 잠이 들기 직전인지라 헤롱헤롱 집으로 갔다. 그리곤 말짱해져서 또 다른 친구와 만나 새벽까지 칵테일을 마시며 놀다가 일요일엔 12시가 다 되어서 눈을 떴다. 운동 클래스도 스킵해버렸고, 친구와 브런치를 먹으며 즐거운 수다를 떨다가, 꾸준히 하고있는 스터디 사람들과 온라인 모임을 통해 올 해 상반기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역시 어떻게 시간이 가는줄도 모르게 올해의 절반이 지났다. 하루하루에 돋보기를 갖대대면 아침에 정신없이 버스에 올라타고, 빵 먹고, 일하고, 도서관 가서 조금 공부하다가 터덜터덜 집에 간 게 전부인 것 같은데 어느새 졸업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고 내가 계획했던 것들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끝날 것 같지 않던 강의들이 거의 끝이 났고 더 이상 조별과제도 없다. 아 참, 공모전에 제출했던 우리 과제는 아쉽게 예비번호 1번을 받았다. 한 팀만 제쳤으면 공짜로 미국에 가서 공모전 최종 발표를 하는건데 아쉬워 미치겠다는 한 친구 앞에서 나는 이상하리만큼 안도감을 느꼈다. 만약 우리가 합격했다면 또 나만 열심히 했을거고, 다른 건 신경도 못쓰고 이 과제에 매달렸을 거란 생각에 아찔했다. 물론 공짜 미국여행이 아쉽긴 한데 난 휴가 일수가 얼마 안남았을 뿐더러 할일이 이미 충분히 많다... 내년 2월 CFA 시험에 이미 200만원 가까이 썼고 앞으로 더 쓸테니 쓴 돈이 아까워서라도 내 결정에 좋은 성적을 내야만 하겠다.
다시 상반기 회고로 돌아가서… 전반적으로 나는 내 스스로에게 이만하면 잘했다는 성적표를 주었다. 동시에 “사실 더 할수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과 “더 무리하면 금방 지치게 될거야” 생각을 한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간도 보내야겠고,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취미도 놓지 않아야겠기 때문이다. 결론은,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을 좀 더 생산적으로 보내야한다. 쉴거면 제대로 쉬고, 뭘 할거면 제대로 하기.

각 분야에서 전반적으로 하고싶은 일을 다시한번 적어본다.
- 커리어 : 일욕심 더 버리기. 공부하면서 질문 더 많이 만들어서 동료들 통해 해결하고, 회사에서 떠오르는 질문들을 교수님들과 소통하면서 인사이트 기르기
- 운동 : 근력운동 주1회 지속, 식단에 탄수화물 조금 덜기
- 독서 : 지금 읽고있는 두권 + 이미 산거 1권 + 또 한 권 읽기
- 관계 : 이대로가 좋다. 부정적인 바이브 멀리하기
- 경제 : 돈 들어올 구석이 없으니 덜 쓰는걸로.. 12월 말에 한국갈 때까지 여행은 최대한 자제
- 취미 : 프랑스어 좀 더 적극적으로 배워보기 (일주일에 1시간정도 투자), 피아노 일주일에 30분 (바이올린 렌트도 알아보기), 친구들과 브런치, 사람들과 커피챗, 도움 구하기
- 자기계발: editing 연습 - 모닝페이퍼, 감사일기 쓰기, 좋은 책 필사, 아시아 뉴스레터 헤드라인 읽기, 컨설팅 레포트 좀 더 챙겨보기, 집 청소좀 잘 하고살기
이걸 실천으로 옮기려면, 매주 해야할 일과 그 진행상황을 좀 더 적극적으로 챙기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아침에 10분정도만 더 일찍 일어나서 계획하는 시간을 가지고, 일요일 저녁에는 한 주의 계획을 점검하고 그 다음 한 주를 계획하는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사실 시험이 뭐라고, 아무것도 아닌데 나는 부담을 많이 느꼈고 끝나고 나니 어마어마한 성취감을 느낀다. 결국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사는거고 사는대로 생각하게 되는거다. 긍정적인 바이브를 가진 사람들과 오늘 소통하고 나니 나도 에너지를 느낀다. 앞으로도 내 꿈을 향해서 정진해야지. 한시간 쯤 뒤엔 가깝게 지내는 친구와 이 곳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회고를 하면서 “부정적인 분위기에 나를 노출시키지 않을 것” 이라는 이야기를 했던 터라 이 친구가 밝은 모습으로 잘 지내고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