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2주차 회고 | 지금이 좋다
MBA 시작하고 부턴 매주 토요일에 하루 종일 강의가 있었으니 토요일 하루가 통째로 비어버린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침에 필라테스를 갔다가 집에와서 씻고, 마트에서 장을 보고, 요리를 해서 밥을 먹고, 오후에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친구와 커피를 마시고, 다시 집에 돌아와 인강을 듣고, 중간에 피아노도 치다가 하루를 마무리 했는데 어찌나 행복하던지. 그동안은 이것도 해야하고 저것도 해야하고 마음이 급하니 집은 항상 난장판이기 일쑤였고, 밥은 항상 밖에서 대충 때워먹고 커피도 항상 사먹느라 집에 있는 커피머신과 요리도구들은 먼지가 쌓일 지경이었는데, 시간에 대한 압박 없이 사실 꼭 해야했던 사소한 일들을 처리하는데 다시 내가 시간을 주도하는 느낌이 들었다.

일요일 아침, 10시에 눈을 떠서 어제 카페에서 봤던대로 와인잔에 아이스 라떼를 만들어 마시며 주간회고를 쓰는 지금. 그동안의 바쁨을 모두 보상받는 듯한 느낌에 마음이 벅차게 기쁘다. 사실 CFA시험 준비하느라 지금도 충분히 정신없이 바빠야 하는게 맞는데, 아무렴 내가 자율적으로 하는 공부이다 보니 학교 커리큘럼 처럼 빡빡하게 움직여지지는 않는다. 8월 1일부로 공부 시작한 이후로 16강을 완강했는데, 원래 계획한 속도에는 턱없이 모자르지만 그래도 나름 진행중(?)이란 사실에 스스로 만족하고 있다…
10과목 중에 지금 공부하고 있는 과목은 재무제표 분석 과목인데, 확실히 지금껏 실무에서 경험한 것들과 연관지어 생각하게 되니 학부 때 회계기초 교양 들었을 때의 이해도와는 완전히 다른 것 같다. 이 과목은 해당 분야에서 스타강사인 회계사님의 강의인데 그 분이 강의 중에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30년차 회계사 임에도 본인이 좋아하는 1700페이지짜리 원론서는 매년 새로 구입을 하는데,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이 보인다고. 작년에는 그냥 읽고 넘어갔던 부분도 올해는 그 프로젝트 하면서 이슈가 되었던 내용이지 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고. 노련한 전문가도 경험과 곁들여 계속해서 공부해나간다는 사실이 참 멋지고, 본받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시험은 양이 굉장히 방대해서 한번 배우면 금방 잊어버리게 되어서 그게 힘들다는 수기가 많다. 이제 첫번째 과목 수강하는데 무슨 말인지 알겠다. 아직 시험교재는 제대로 정독도 못하고 인강 쫓아가기 바쁜데 다음주부턴 조금 더 속도를 내야겠다. 20일까지 이 과목 완강하고, 9월 말까지 다섯과목은 인강 수강 & 노트정리 끝내놓아야 책 정독하고 연습 문제도 풀고 노트정리도 리뷰할 시간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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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 드디어 독일 영주권 취득을 했다! 실물 카드를 받으려면 두달 정도 더 기다려야 하지만 그래도 이제 비자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었다는 사실이 뛸듯이 기쁘다. 유럽연합 영주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독일에서 실 거주기간이 5년을 꽉 채워야 신청 가능하다고 한다. 나는 4년 반째 살고 있기에 아직 반년정도 시간이 더 지나야 신청이 가능하다. 그래도 이제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내가 베를린에서의 생활에 만족한다는 사실에 확신을 얻고 있기 때문에 독일 영주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영주권 받고 나니 이제 그만 퇴사하고 한국에서 쉬면서 공부에 전념하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드는데… 과연 실현 가능할지 모르겠다. 금전적인 부담이 일단 가장 크고 (실업급여를 받아도 월세 내면 수중에 남는 돈이 100만원 정도 될텐데, 한국에서의 지출을 생각하면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해야하는데 2월 중순에 CFA 시험이 있어 일을 꾸준히 할 스케줄이 안된다) 일정 잡는게 애매하다. 10월 영주권 카드 픽업 후 퇴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3개월 노티스 기간 후 실제 퇴사는 1월 중순 정도. 그 때 한국에 가서 2월 중순까지 한달동안 빈털터리로 있다가 돌아와서 시험을 치면… 그 다음 한달은 온전히 논문을 쓰는 기간, 그리고 그 다음은 구직 기간이 될텐데 그 시간에 아무렴 그 ‘직업적 불확실성’에 대해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을 것 같다.
1월에 3주 정도 한국에 잠시 다녀오거나 3월 말까지 논문 잘 쓰고 4월에 다녀오는게 타협안이 될 것 같다. 한국에 가지 않더라도 논문이나 시험 때문에 부담스러우면 시험일/ 제출일 전에 일주일 씩 휴가를 내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 한국에 3주 이상 다녀와서, CFA 취득을 무기로 Investment 로 팀을 옮기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 어차피 level 3 까지 취득하려면 실무 경험이 필요 조건이기 때문에 더 좋은 조건으로의 이직을 위해서라도 지금 다니는 회사를 십분 활용하는 것도 절대로 나쁘지가 않다. 팀장님 설득하는게 쉽진 않겠지만 대체자를 구할 때까지 양쪽 팀에 최대한 서포트를 하겠다고 말씀을 드리고 팀을 옮겨서 몇개월이라도 경력을 쌓는게 내 포트폴리오 개발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겠다.
요리조리 생각해봐도 이번 시험은 그리고 MBA 학위 취득은 내 커리어에 있어 큰 분수령이 될 것 같다는 믿음이 있다. 그러니 내년 3월까지 고되겠지만 회사 생활 병행하면서 시험과 학위 취득에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