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회고

2024 33주차 회고 | 오랜만에(라고 하지만 벌써 몇주 째) 만끽하는 여유

띠용- 2024. 8. 19.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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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회사도 개인 생활도 여유로움 넘치는 한 주였다. 다들 휴가를 떠나고 1년 중 최고로 여유로운 일주일이었던 덕분에 회사에서 몰래몰래 인강을 들으며 목표했던 성취율에 가까워졌다. 40-50시간 정도 되는 재무제표 분석 과목 인강을 8월 20일까지 모두 끝내는게 목표였는데, 90% 가량 완강했다. 물론 강의 듣는게 전부는 절대 아니고, 노트 정리도 하고 교과서도 읽고 연습문제도 풀어야 하지만… 우선 9월까지는 다섯과목 인강 듣기 + 노트정리하기를 목표로 하고있다.

목표가 너무 타이트하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생각했던’ 진도를 무리없이 빼고 있으니 친구들도 만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여유를 아주 만끽하며 한주를 보냈다. 심지어 오늘은 낮 12시가 넘어서 눈을 떴다. 이번 주 거의 내내 친구랑 놀고 집에 들어와선 그제서야 양심상 인강 하나라도 들어야지, 하며 거의 반쯤 졸며 겨우 인강 하나 보는데도 2시 가까워져 잠을 청하다보니, 유달리 잠이 많이 모자랐다. 그렇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평소 같았으면 대충 준비하고 도서관에 가서 샌드위치로 밥을 때우고 할일을 했을 시간, 쉬엄쉬엄 뉴스 보고 집안 정리하고 간만에 냉장고 속 재료를 탈탈 털어 밥을 먹고 음악을 켜놓고 저녁이 다 되어서야 주간회고를 적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렇게 여유로울 때가 아니다. 이미 계획에 반영되어 있듯 9월 말까지 열과목 인강을 다 들을 수는 없을 것 같고 (당장 내일부턴 또 일이 휘몰아쳐서 매일 밤새기 일쑤일 것 같다) 빨라야 10월 말, 현실적으로 11월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그 때부터 본격적인 시험 준비와 논문 작성까지 완료하려면 여간 빡빡한 일정이 아니다. 그럼에도 시험 응시를 결정했을 땐 왠지 이정도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직관에 의존했던 것인데 막상 이렇게 달력을 세어보니 절대 만만한 스케줄이 아니다. 소논문 하나 쓰는데도 한달 넘게 공을 들였던 것 생각하면 내 석사 졸업논문에는 얼마나 공을 들일지… 이제야 생각해보건대 정말 앞으로 반년이 좀 두렵다.

논문 최고로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겠지만 시험공부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생각하면 할수록 이 시험이 내 커리어에 굳건한 디딤돌이 되어줄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에너지 파이낸스 분야의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는 프로필을 갖추기 위한 본격적인 단계.

지금 듣고 있는 과목 너무 재미있고, 알고 싶었던 것들 궁금했던 것들을 이제야 알아간다는 생각에 신이 난다. 그동안 스쳐지나갔던 ‘전문가’들의 말이 비로소 이해가 된다는 게 신이 나기도 하지만, 내가 세상을 보는 눈이 더 넓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짜릿하다. 이제 나는 세상에 대해 알만큼 안다고 오만했는데 역시 배움의 세계에는 끝이 없다. 똑같은 현상을 목격하고도 깊숙이 들여다보고 그 의미와 영향에 대해 분석할 수 있는 사람. 내가 생각하는 어른의 덕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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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친구의 집에 초대받아 한국음식을 먹었다. 메뉴는 무려 메밀국수와 주먹밥, 콘치즈. 신나게 떠들고 놀았지만 그 속에는 언제나 커리어와 인생에 대한 고민, 회사에 대한 애증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들의 말 속에는 어디어디 대기업 출신, 경력, 전문 자격에 대한 동경이 담겨있지만 실제로 그걸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이행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모두가 꿈은 꾸지만, 실제로 꿈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쉽지 않기에 현재 회사에서의 “경력 쌓기”를 강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그토록 회사를 미워했으면서 5년 가까이 다니고 있으니 - 그렇게 이직을 시도했으면서 결국 20대의 절반이 넘는 시간을 한 회사에서 보내고 있으니. 지금와서야 이게 최선이었다고 말하지만 사실 조금 더 빨리 대학원 진학과 CFA 공부를 시작했다면 원하는 회사로의 이직은 좀 더 빨리 성취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 할 수 있을때 최선을 다해야겠다. 시험 떨어지고 6개월 더 투자하는 일은 절대로 만들지 말자. 지금이 내 인생을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야지. 그런 의미에서 오늘 밀린 노트정리 다 하고 인강 2개는 더 듣고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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