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9주차 회고 | 휴식의 관성
이번주 목요일은 베를린의 공휴일이었던 덕분에, 나름의 긴 주말을 만끽할 수 있었다. 목요일에 이미 주말에 하는 청소, 집안 정리를 대강 해놓은 덕분에 주말은 내내 푹 쉬며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금요일 저녁엔 회식이 있었는데, 당구장, 노래방이 갖추어진 어마어마한 집에 집들이를 갔던 터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새벽 3시가 다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요즘은 뭐랄까.. 욕심과 야망이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내가 선택적으로 추구한 야망에 대해 부정적인 결과만 얻었다 보니, 나름의 대처 메커니즘이 작동한 건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짝꿍과 함께 하는 것인데, 그게 독일이면 좋겠지만 왠지 독일이 될 수 없을 거란 생각에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도 한다. 그게 꼭 나쁜 것도 아니지만 왜 한국으로 가는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 한국에 가서 또 다시 느낄 경쟁, 그 안에서 내가 만든 패배감, 앞으로 계속해서 쇠퇴해 갈 것 같은 경제를 감당하기 벅찰 지 모른다는 막연한 걱정 때문인 것 같다.
우리 팀끼리만 회식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팀의 인원 두명이 합류를 했다. 나는 그들에 대해 딱히 좋은 감정은 없다. 왜냐하면 '열정 페이'를 받고 밤낮 없이 일을 하기 때문에 내가 급여 인상이나 정시 퇴근 같은 요구를 했을 때 거절을 당하는 좋은 예시였기 때문이다. 이번에 새로 부임한 팀장님으로부터 '쟤네들은 스펙이 너보다 딱히 모자란 것도 아닌데 너보다 훨씬 돈 덜받고 일한다' 같은 유아적인 변명을 들었고, 그 말을 들은 나는 저들이 있는 한 나에게 더이상의 급여 인상은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니 내 입장에선 딱히 좋은 인상을 갖기가 어려웠다.
이번에 회식 자리에서 보니 아버지가 이번에 대기업 비서실에 들어가셨다는 둥, 어렸을 때부터 국제학교를 다녀서 한국어 모르는 게 많다는 둥, 예쁘게 차려입고 벗어둔 신발은 프라다... 뭐 이런 풍경을 보니 부족한게 없이 자란 딸들이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구나 싶었다. 그제서야 아, 그래서 도통 급여에 관심이 없나 싶었지만 내 알 바인가. 나는 내 시장 가격만큼 받으면 되는 거고, 그러니 내 몸값 높이기 위해서 회사 밖에서 계속 노력 할거고, "쟤네들은 너보다 덜 받으니까"와 같은 변명 따위 듣지 않을 거다.
이렇게 말해놓고선 막상 나는 주말에 아무것도 한 게 없다. 그래도 목요일, 토요일, 일요일 오늘까지 필라테스를 다녀왔는데 너무 오랜만에 운동을 해서 근육통이 어마어마하다. 어기적 어기적 걸어다니고 있지만 앞으로 매주 꾸준히 필라테스 수업에 가려고 한다. 이번주에 다녀온 3곳 각기 장단점이 달랐는데, 첫번째로 다녀왔던 집 근처는 매트위에서 하는 수업이지만 중-강도로 허벅지를 많이 사용하는 자세 위주였고, 두번째로 다녀왔던 리포머 클래스는 일대일로 맞춤형 수업이라서 자세를 교정받기 좋았다. 세번째 리포머 클래스는 자율적으로 루틴에 맞추어서 운동을 하도록 장려하면서 부분적으로 자세를 교정해 주었다.
일주일에 세가지 클래스를 모두 하면 가장 좋겠으나 두번째 리포머 클래스의 강사님으로부터 가장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받아 가장 상쾌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기에 앞으로 매주 토요일 아침에 진행하려고 한다. 세번째 리포머 클래스도 꾸준히 해서 자세를 교정해야 겠다. 그럼 매주 토, 일은 필라테스 리포머 운동으로 일정 고정!
집 앞의 매트 필라테스 수업은... 재택 하는 날 저녁에 한번씩 해주면 좋을 것 같은데, 스케줄을 한번 확인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