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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친구를 만났다. 대학교 때부터 아주 가깝게 지냈던 친구이지만 친구가 가정을 꾸리고 아이가 생긴 후로는 예전만큼 속속들이 일상을 공유하지는 못했던 터라, 아주 오랜만에 본 거였는데도 지난달 쯤엔 봤던 것처럼 친근한 얼굴. '아니 이게 누구야, 이게 얼마만이야!' 러시아어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순간, 식당 주변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힐끗 우리를 쳐다본다. 그들도 러시아어를 쓰는, 혹은 러시아어를 이해하는 사람들 (이민자 n세대라든지)이라는 뜻이다.
그 간의 인생 업데이트 부터 시작해서, 어제 베를린에 엄청 큰 행사가 있었던 터라 오늘 우리가 보는 길거리 쓰레기 대잔치는 예외적인 상황인 거라고 애써 부연설명을 덧붙여가며.. 우리는 쌓아 왔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친구는 3살 아이와 아내를 위해 풀타임으로 일을 계속 하면서 동시에 혼자 포르투갈에 가서 phD 공부를 하고 있었다. 공부를 위해 포르투갈로 떠나기 직전에는 러시아에 본인 소유의 아파트도 하나 장만했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야망이 가득한 눈빛을 빛내던 친구였는데 그때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건축 일에 몰두해서 20대를 꾸준히 투자하고, 곧 서른살 생일을 맞이하는 이제는 그 노력의 빛을 보는 듯 해서 자랑스럽고 대견했다. 우리가 살았던 도시의 랜드마크인 건축물을 디자인하는 프로젝트의 리드 건축가였던 친구.
그래서 앞으로 5년의 계획은 무어냐고 물었는데, 친구는 우리 이런 얘기 5년 전에도 했었다고 대답했다. 그 때 우리의 대답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 때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성장한 우리의 모습을 보고 있는 지금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앞으로 5년 뒤, 에너지 분야의 파이낸셜 애널리스트, 컨설턴트가 되고싶다고 말했고 친구는 유럽 내에서 일단 자리를 잡은 뒤 개인 사업을 시작 해보고 싶다고 했다. 다시 이 질문을 주고 받을 때 쯤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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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인터뷰도 아니고 너무 야망에 가득찬 이야기를 하기에 나는 몸이 지치고 힘들 때는 없냐, 다 그만두고 싶을 때 솔직히 없다고 할 수 없지 않느냐, 그럴 때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사실 운동을 한다든지,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다든지, 아님 가족들의 사진을 보며 힘을 얻는다든지 하는 전형적인 답변을 예상하고 물은 것이었는데 친구의 답변이 의외였다.
본인이 그만두고 싶은 순간은 대체로 나보다 너무 많이 뛰어난 사람을 마주했을 때란다.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에 있는 사람이라서 그 분야에서 특출나게 좋은 성과를 보였을 때 그게 너무 부러워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있었고, 나는 부족한 분야에 대해 어떤 사람이 너무 명석하게 해결책을 제시할 때 나는 할 수 없는 걸 누군가는 이미 해낸다는 생각에 그만두고 싶었다고 했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말을 듣고 내가 내린 결론인데)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할 수 있는 힘은 스스로에 대한 강한 믿음이었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타임라인이 있으니, 계속 하다보면 나의 결론에 도달한다는 것. 그러니 누구와도 비교하지 말고, 좌절하지 말고 그냥 하면 된다는 것. 학부 때 두각을 나타냈던 뛰어난 친구들도 지금은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경우가 태반인 걸 보면 빨리 간다고 앞서 가는것이 결코 아니었다며.
우직하게 걸을 것. 그리고 자만하지 않을 것. 그게 오늘 친구를 통해 느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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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때 배운 것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간다고 하기에 공부를 열심히 했더란다. 그리고 이제는 곧 30대를 맞이하니 그동안 쌓아온 것들을 탄탄하게 다지며 커리어를 펼쳐 나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는 친구.
그는 아내의 희생과 서포트가 있었기에 자신의 커리어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었겠고, 동시에 그도 가정에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의 헌신을 하고 있다. 그 둘의 모습을 보며 삶에 최선을 다하기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 하루였다.
힘든 건 어차피 잠깐이고 다 지나가지 않느냐는 그의 말을 들었을 때.
어찌 보면 풍족한 환경에서 지친다는 핑계로 게을리 보낸 나의 하루들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친구가 선물해준 포르투갈 와인과 머그를 회사에 귀히 가져다 놓고 볼 때마다 떠올리며 내 삶에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 먹어본다.
시간의 절대량이 최선을 정의할 리는 없고, 다만 내가 하고 있는 일이나 공부에 순간순간 집중하고 몰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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