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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엔 내 생일날이 끼어있었다. 아무렴 나이를 먹어갈수록 무뎌진다고 하더라도 누구에게도 축하받지 못하고 일에만 파묻혀 하루를 보냈다면 분명 속상했을 것이다. 소셜미디어 덕분에 감사하게도 회사와 학교, 한국에서 많은 축하를 받았다.
사실 독일에서는 생일자가 케이크를 준비해서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먹는 암묵적인 코드가 있는데 나는 그런 걸 준비할 생각을 추이도 못하고 생일날을 맞았다. (이렇게나 정신이 없었나 싶다. 내 생일날 뭔가 준비해야 한단 생각 자체를, 당일 오후가 될때까지 못했다니). 일을 시작하자마자 걸려오는 동료의 전화, 다짜고짜 "생일 축하해! 오늘은 좀 놀아!" 하고 외치는 데, 동료애라고 할까 그게 그렇게 인간적으로 고마웠다.
마음이 삐뚠 나는 우리 팀에 "당연히 서로가 서로의 생일을 챙겨주어야 하는" 문화가 생기는 것 마저도 피곤하게 느껴져서, 오늘 생일이라는 말도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옆에 앉아있던 팀원이 내가 그 전화통화 하는걸 듣곤, 몰래 나가서 케이크를 사오셨다. 일부러 '생일' 혹은 비슷한 단어는 언급도 안했는데 '우와 고마워, 어떻게 알았어, 링크드인에 알림 뜬거 봤지' 라고 대답한 것에서 부터 유추를 했다고 한다 (ㅋㅋ) 케이크가 뭐 대수라고, 어디서나 사먹으면 그만이지 생각하고 있었으면서도 막상 이렇게 챙겨주시니 감사하고 기뻤다. 나의 마음은 간사한 합리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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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기 싫으니 핑계만 생기면 아무것도 안하기를 시전하는 나. 그 날은 도서관에 가고싶지 않아서, 칼퇴 후 늦게까지 하는 카페를 알아보고 찾아갔는데 웬걸, 저녁 시간에 이미 카페 영업은 하지 않고 바만 열려있었다. 그런대로 밥이나 먹지 뭐 하고 들어갔는데 당최 아이패드를 열어놓고 뭘 읽을 분위기가 아니라서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비 온뒤 축축한 땅, 이미 해는 지고 어둑어둑한 길을 걷는데 오랜만에 외롭다는 감정이 들었다. 편하게 친구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그렇지 못하다는 게 아쉬웠다. 학교 동료들이 (딱히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친구는 아닌 것 같은 사람들) 축하 메세지를 남겨주면서 그 중 일부가 오늘 맥주 마시러 가자고 제안을 해왔는데, 그걸 거절한 건 나였음에도 그 날 저녁의 공기는 쌀쌀했다. 그러니까 예전만큼 사람을 갈구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기엔 신경쓸게 너무나 많고 바쁘다. 맥주 제안을 거절할 때도 바쁜 척을 했다. 내가 혼자서 온전히 시간을 잘 보내는 사람이고 싶다는 욕심인걸까. 누구와 함께 있는다고 외롭지 않은 것도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에 굳이 나를 훈련하는 걸까.
멀리 있어도 시간과 정성을 쏟아 챙겨주는 친구도 있고, 사랑하는 가족도 있다는 걸 안다. 그래도 순간의 파도같은 감정은 피할 수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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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는 끔찍하게도 이상한 일이 많았다. 스트레스를 받으니 의욕도 이전 같지 않고 마치 작년 초를 복기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이제 이만 좋은 일이 생기려는 건가보다.
본가에도 큰 일이 생겨서 내내 신경을 써야했고, 짝꿍과도 갈등이 있었고, 일상 속에서 자잘한 불편함들이 연속으로 이어져서 특히 오늘은 날이 아주 뾰족뾰족 곤두서있었다. 도서관에서 갑자기 모두 나가라고 하길래 급히 짐을 챙겨 집에 와서 노트북을 여니, 스크린에 금이 가있다. 급하게 챙기느라 충전기가 모니터 앞에 낀 상태로 덮어버렸었는데 그때 망가진 것 같다. 지지직 거리는 스크린으로 뭘 계속 보려니 영 신경이 쓰여서 덮어버리고 당분간 아이패드만 쓰기로 한다. 이건 불쾌함의 화려한 피날레- 현재 시간은 밤 12시가 좀 넘었으니 쉽지 않았던 하루가 드디어 지나가서 다행스럽다.
이렇게 폭풍같은 며칠을 겪으니 다시한번 느낀다. 내가 내 인생과 목표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던 건 어쨌든 내가 계획한대로 일이 움직이는 감사한 상황이었고, 나를 지지해주는 가족과 친구들이 든든한 힘이 되어주었으며, 몸과 마음도 건강했다는 것. 어느 하나도 당연한 건 아니었거늘 이제서야 그게 얼마나 귀한것인지 새삼 감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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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 다가온다. 2월 7일에 경제학 시험이 있는데, 지난 과목들보단 익숙한 내용이니 마음이 조금 편하기는 해도 그만큼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애널리스트/컨설팅을 꿈꾸고 있는 만큼 논문도 경제학 교수님께 조언을 구할만한 주제로 쓰고 싶고, 내년 초엔 금융 자격증도 공부하려고 한다. 이 모든걸 해내려면 어차피 반드시 마스터해야 하는 과정이니 경제학 시험만큼은 최고 점수를 받고싶다. 요즘 조금 소홀했지만 다시 정신줄을 붙들어매고 내일은 하루종일 공부에 집중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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