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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일찍 써보는 이번주 회고. 이번 주는 내내 잠을 설쳐서 유난히 힘들었다. 아침에 겨우겨우 눈을 떠서, 출근하고도 한참 뒤까지 몽롱한 상태가 지속되니 이상했다. 보통은 그 상태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면 금방 정신이 들곤 했는데, 커피를 마시고도 한참동안 몽롱한 상태이니 영 답답했다. 어제 아침 탕비실에서 '이거 이제 나이들어 그런가 보다' 하고 하소연을 했다.
오늘은 출근 준비를 하고 신발을 신으려는데 이미 후끈후끈 더웠다. 그래서 원래 신으려던 부츠 대신 캔버스화 형태의 운동화를 꺼내 신고 길을 나서는데 햇빛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햇빛이 좀 들기 시작해서 그런가, 갑자기 정신이 좀 드는 것 같았다. 사무실 햇빛을 맞으며 글을 쓰는 지금도 신이 난다. 드디어 긴 겨울이 끝이 나고 좋은 계절이 오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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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지난주에 전 남자친구에게 선을 그어놓곤 아쉬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바로 그 날 집에 돌아와서 새벽까지 그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느라 잠을 이루질 못했다. 그렇지만 연락할 모든 루트를 차단해두었기에 고민고민하다... 어느날 인스타그램 메세지로 그에게 이상한 아재개그 포스트 같은 걸 보냈다. 잘 안보는 것 같아서 이제 연락할 수 없겠지 아쉽다 생각했는데 웬걸,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이제 이야기할 준비가 됐다"며 한번 만나자고 했다.
이미 여러번 반복된 역사이기도 한데다, 이제 만나면 어영부영 다시 이것도 저것도 아닌 만남을 시작할 것 같아서 나는 이왕이면 술 없이, 시간 되면 밥이나 먹자고 했다. 정말로 싸우기 싫다고. 그랬더니 한두시간 쯤 이따가 "그건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로 시작해서 "Good bye"로 끝나는 엄청난 장문의 메세지들을 보내왔다. 그 메세지들을 확인한 순간엔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었는데 이후에 친구와 이야기 하면서 깨달은 건, 그는 여전히 자기 고집 뿐이라는 것이다. 아마도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상황이었으면 미안하다고 했겠지만...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물을 때부터 메세지로 '내가 생각이 짧았어 미안해' 하고 말했으면 순식간에 내 마음은 녹아버렸을 것 같은데 그는 그저 한번 찔러보고 안통하니 혼자서 굿바이란다. 안타깝지만 내 판단이 정말로 옳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백하지도 않고 까인 것 같은 느낌이라 어벙벙하지만 그를 통해 느낀건 확실히 사람이 나이가 있을 수록 자기 고집이 세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고, 나도 그 점을 경계해야 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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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난 주 말에 들어서 본격적으로 이사에 대한 논의를 했었다. 이사를 갈 거라고 생각했던 그 집은 너무너무 예쁜 동네에 궁전같은 건물, 널찍한 집에 발코니, 욕조까지 모든게 갖추어진 집이라 욕심이 나서 나도 적극적으로 응했지만, 약속을 잡는 내내 불편한 마음이 들 정도로 연락이 잘 닿지 않는 상대인데다, 내가 정당하게 요구한 것을 갑자기 공격적으로 거부해와서 나도 확실히 선을 그었더니 방금 전에 계약이 어렵겠다고 연락이 왔다. 막상 이렇게 여지 없이 끝나니 시원 섭섭하기는 한데 그래도 더이상 신경쓰지 않아도 되어서 후련한 마음이 더 크다. 어제 계약서에 서명을 하기로 한 터라 겨우 약속을 잡고 길을 나선 차, 아무래도 찝찝한 구석이 있어서 계속 불편한 마음으로 생각하다가 내가 마음을 접기로 결론을 내린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역설적으로 친구의 중재 때문이었다.
원래 친구가 살던 집이고, 그 친구는 강아지를 데려와 살고 싶어서 더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가는데 내가 워낙 그 집에 대해 칭찬을 많이 했어서 그 친구는 나에게 이사 올 생각 있냐고 제안을 해왔고, 그 때부터 이 모든 이야기가 시작된 것이었다. 이 친구는 회사를 통해 알게 된 동료였고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눈 끝에 최근들어 이제야 진짜 친구가 되어간다는 생각이 들어가던 참이었는데, 그 친구와 막상 이 집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이 '집 주인'과 한 편이 되어서 나를 꼬드기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계약서에 대해 내가 의문을 제기하면 "원래 그렇다", "내 계약서는 더 형편없다" 라고 이야기 한다든지, 내가 이 상황이 너무 불편하다고 이야기 하면 "그게 어른이 되는거다" 라고 이야기 한다든지, 내내 불평하던 집주인에 대해 갑자기 칭찬을 늘어놓는다든지... 왠지 이 친구 다음 세입자를 구해야 보증금을 돌려받는 다든지 본인 이익이 걸려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쯤, 내가 조언을 구하고 있던 다른 친구는 내 상황에 대해서 똑같은 말을 했다. 이 모든건 내 추측일 뿐임에도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생각하고 납득을 했다. 그리곤 어차피 내 인생은 내가 가꾸고 내 신념대로 사는 거였고, 무엇보다도 난 이직을 하고 싶으니까 기회에 따라서 다른 도시로 이사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접었다. 지금 이사를 하면 앞으로 이 집 계약 기간 중에는 어쨌든 베를린에 남아있어야 하니까.
최근 들어 여기에서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에게 나는 베를린이 좋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왠지 오래 살것 같다는 이야기도 했다. 가장 큰 이유는 여기에서의 삶이 익숙해진 것도 물론 있는데, 내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친구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던 한 친구와 이 집 때문에 어쩌면 멀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아쉽기도 하지만 딱히 미련은 없다.
이제 닫을 문들은 차곡차곡 닫고 있으니 또 새로운 문이 열리겠지? 나는 기쁜 소식들을 바라면서... 그저 묵묵하게 내 할 일들을 해나가야겠다. 이번주에 이렇게 힘 빠지는 소식들이 있었기 때문에 잠을 못잔건지, 잠을 못자서 기운이 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와중에 운동도 하고, 매일의 루틴은 나름대로 지켜가면서 살고 있다. 어제도 계약서 서명하러 가다가 길을 멈추고 도서관이 있는 곳 근처에서 핫초코 마시고 간단히 샌드위치 먹으며 정신 수양을 하다가... 도서관에 갔는데 자물쇠를 잊고 와서 로비에서 책을 조금 읽다 집에 가서 쉬었다. 매일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일상은 이런 식으로 좀 흐지부지 되었지만... 내일은 출근을 안하니 충분히 숙면을 취하고, 도서관에 가서, 지금까지 모아온 여러가지 분석 레포트를 읽으며 생각 정리를 좀 해야겠다. 역시 나를 지탱해 주는 건 루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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