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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6주차 회고 | 될대로 돼라

일상/회고

by 띠용- 2023. 4. 2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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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로썬 나름 평화로웠던 일주일이었지만 마음은 요동을 쳤다. 이게 맞나, 저게 맞나. 맞다고 생각했던 방향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들기 시작하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사라져갔다.
그야말로 될대로 돼라는 마음가짐으로 이곳 저곳 지원서를 넣고, 이력서를 넣으며 한 주를 보냈다. 좀처럼 잠잠해지지 않는 마음의 파도를 어쩌지 못해 나를 혹사시키며… 불안한 나날들의 반복이었다.

하루는 결심했었다. 도저히 안되겠고, 한국에 가서 자리를 잡아야겠다고. 마음 먹었으면 실행은 거침이 없는 나 - 바로 사람인 사이트에 가입해서 대충 이력서 적어두고 입사 지원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상황이 아주 처참했다. 한 명을 뽑는 공고에 세자릿 수 인원이 지원하는 건 기본이고, 대다수 지원자들의 경력이 5년이 넘는 것 같았다. 와, 신입이라면 대체 어떻게 일을 구해야 하는걸까. 경력이 있는 나도 이렇게 막막한데, 이 지표를 보는 신입들은 어떤 감정에 괴로워하고 있을지가 눈에 선했다.

그 와중에 나는 한국에서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자격증들이 참 없었다. 토익 토스부터 시작해서 마이크로소프트 자격증들까지.. 실무에선 차고 넘치게 트레이닝이 되었으니 나름 자부심도 있었는데, 막상 서류로 나를 평가받으려 하니 내가 가진 해외 경력 몇가지는 참 사소해보인다. 면접이 오기 전까지 서류로 이것을 어떻게 증명해야할 지 머리가 아파온다. 눈을 낮춰 여기 저기 좀 더 지원을 해보다, 그마저도 아무런 답이 없으니 자신이 없어진다.

기대와 실망, 그리고 포기의 반복. 나는 그렇게 한국에서의 취업도 포기한다. 사람인에서 자동 메일이 발송되면 열 때마다 실망하며, 그렇게 계획을 접어버린다.

이제 남은 답지는 없는 것만 같았다. 한국에선 무슨 일이든 척척 이직을 해낼 줄만 알았는데, 나는 너무나 평범한 다수라는 사실을 다시 마주하게 됐다.

한편으로는 그 사실을 직시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대할 수 있게 됐다. 내가 겪어온 감정의 파동들, 그렇게 성장하게된 나, 그리고 지금의 내가 하는 고민들에 대해 툭 털어놓고 이야기를 했다. 우연히 콜롬비아 출신의 동료와 점심 식사를 함께 하게 되었고, 그녀가 졸업한 대학원 학과에 흥미를 느꼈다. 검색 해보니 마침 4월 말까지 지원 기간이다. 그렇게 별 생각 없이 지원서를 써서 후다닥 또 지원을 해버렸다. 대책도 딱히 없지만 될대로 돼라를 외치며 그렇게 또 하나의 선택지를 탐닉하는 것이었다.

요즘 정말 쉬운게 단 한가지도 없다고 느낀다. 갑자기 집 천장에 생긴 문제, 인터넷이 안되는 상황, 인터넷 속도 때문에 시험 응시료 50만원을 내고도 시험 자격을 박탈당한 일, 아무 안내 없이 갑자기 게이트가 닫혀 비행기를 놓친 일, 길에서 마주한 사소한 불쾌함들, 비자 예약을 잡을 수 없는 상황... 그 와중에 이직을 하려고 발버둥 치는 나.


이번 주는 날씨가 참 좋았다. (재택 날 집 와이파이가 아예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었으니 카페에 갔다) 올해들어 처음으로 아이스 커피도 주문하고, 햇볕이 따스해 기분이 좋아지는 그 감정도 참 오랜만에 느꼈다. 다음 주는 다시 기온이 떨어지고 비가 온다고 하던데, 일요일인 오늘도 후두둑 비가 내리며 조금은 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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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공연을 한다는 동료의 초대로 오랜만에 베를린 필하모니 공연장을 다녀왔다. 동료에게 선물해줄 꽃다발을 미리 사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도 간만에 참 가벼웠던 기억이 난다. 사실 불편한 상황이 차고 넘치게 많아도 그 안에 미소지을 일들도 없는 건 아니었는데. 모두 뒤섞어 범벅을 해버리곤 그저 답답한 상황으로 해석을 해버리는 내가 문제인 걸까.


예전에 누군가 나에게 꽃다발을 선물한적이 있었는데, 그 때 보았던 꽃들이 보여 반갑기도, 조금 슬프기도(?) 했다. 그도 이 곳에서 꽃다발을 산 것이었구나. 그 친구의 마음이 고마우면서도 내 손으로 귀한 관계를 멈춰버린 것 같아 미안했다. 조금 더 솔직하지 못했음이 여전히 아쉽지만 이미 지나버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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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시작 3분 전, 영국 회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본인이 오늘 몸이 좋지 않아 다음 주 초에 대신 진행하는 게 어떻겠냔다. 이런 식으로 인터뷰를 미뤄온 게 벌써 한달 정도는 되었다. 결코 일반화 하고싶지 않았는데 이런 식으로 불합격 소식을 전하지 않는 영국회사를 벌써 다섯 번 째 접하니 머리가 아파온다. 

 

대체 나에게 최선의 답안지가 무엇인지 알고싶다. 아직 그정도 아니라는 교훈을 얻으라는 채찍질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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