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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같은 한 주였다. 짧게 말해서 회사에서 나는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나에게 내가 하고싶은 일을 달라고 어필을 했고, 그리고 팀장님은 그걸 대쪽같이 거절했다. 자존심 상했고, 분노했다. 실망했고, 억울했다. 그렇지만 나의 이야기를 들어준 친구들 덕에, 이번주에 섭취한 알콜과 수많은 대화 덕에 일요일 저녁을 맞이한 나는 차분해졌다. 더 이상 상황을 바꿀 수 없다고 인정하고 받아들인 것이다. 이제는 정말 이 회사를 떠날 때가 되었다는 확신이 생긴 것이다.
이제 나는 예전보다 덜 감정적이고, 어떤 상황에서도 우선은 차분하게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믿었는데 막상 오랜만에 화가 나는 상황을 마주하니 생각보다 감정적으로 대응한 면이 많다. 그래도 다시 곱씹어 생각해보건대, 나는 내가 말 한 그 모든것들을 말 했었어야만 했다. 내가 어떤 방향으로 내 커리어를 지향하는지, 그리고 그걸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있는지 강조를 했어야만 했다. 그건 곧 내가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고,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함으로써 나에게는 합당한 명분이 주어졌다. 오래 함께한 회사를 떠날 명분 - 내가 지향하는 만큼의 커리어 기회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괜찮다. 한편으론, 회사에서 나의 역할을 줄이기 위해서 후줄근한 복장으로 아무렇게나 출근하던게 이런 부작용을 낳기도 하는구나 싶어서 깔끔하게 입고 다닐 몇가지 옷도 샀다. 이제 회사 로고 찍힌 천쪼가리는 그만 입고 단정한 차림으로 다녀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당연히 무슨 옷을 입느냐가 그 사람의 능력치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지가 주는 기대감 같은것도 있기에 분명한 영향은 행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사람들에게 나 학생이라고 인식시켜 주려고 후줄근한 복장으로 다녔던 것이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대성공했고…)
감정을 잘 다스린 후의 결론은 본격적으로 이력서를 넣어보기로 한 것이다. 내년 3월이 될 때까지는 이직 시도가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난 4월에 에너지 공룡 기업으로 최종 면접까지 봤듯이 내년 4월부터 근무 시작하겠다고 잘 설명만 되면 지금 이직 못할 것도 없다.
아무튼 이번주는 피곤한 머릿속을 핑계로 쉬엄쉬엄 인강 보다가, 친구들도 만나고, 옷장 정리도 하고, 드디어 10년이 넘게 케케묵은 가방들을 처분하기로 했다. 어차피 안들고 다닌지는 몇년 되었는데 그래도 막상 버리려고 하니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비워야 새로운 게 들어오는 법. 새로운 챕터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옛물건부터 차근차근 비워보기로 한다.
집에 필요하다고 생각하곤 미처 챙기지 못했던 것들도 많이 샀다. 실내용 슬리퍼와 테이블 매트, 에스프레소 잔을 샀고, 이제 브리타 정수 필터와 세탁 세제도 구입하려고 한다. 최근에 도어 매트를 아마존으로 구입했는데 이웃이 대신 받아주어서 그 이웃이 누구인지 찾아 해메야 했던 경험을 해서, 이제 픽업 스테이션을 등록해서 그 기계를 통해 택배를 받으려고 신분 인증절차도 방금 신청해두었다.
별것 아닌데 한참동안 잊고 살았던 내 일상에 하나씩 촛불을 놓아주는 느낌이 든다. 친구를 통해 접하곤 완전히 매료되어서 사먹고 조금 남은 딤섬을 오늘 예쁘게 플레이팅해서 먹었는데, 아무것도 아니지만 시간과 정성을 조금만 더 들이면 그게 스스로에게 참 만족감을 주는 요상한 힘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잘 챙겨먹고, 공부 열심히 하고, 일은 적당히 하고, 운동도 하고, 집 청소도 하고, 이력서도 넣고, 필요한 물건들은 그때그때 사면서 살아야지. 일은 일일 뿐이고, 그저 월급 따박따박 받으면 됐다. 큰 기대 말고 ‘그냥 하자’. 다른 어떤 것보다도 나에게 제일 중요한건 회사의 성공도 팀의 성공도 아니고 내 인생이다. 나는 내 인생을 산다는 사실을 절대로 잊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되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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