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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잊은 것 같다 했더니만 빽빽한 일정을 소화하고 죽은듯이 쉬느라 코펜하겐 학회에 갔던 내용을 미처 적지 못했다.
처음으로 가본 코펜하겐은 너무나 깨끗해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함께 간 동기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기를, 사람들이 옷 입는 스타일이 훨씬 세련되었다.
원래 겨울에도 해가 쨍쨍한 편인지 아니면 우리가 갔던 주차에 운 좋게 날씨가 좋았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공기가 차갑고 바람이 많이 불어도 환하게 밝으니 독일 같은 우울감을 들지 않겠구나 싶었다.
학회는 생각보다 더 큰 규모로 진행이 되었다. 뉴스에서나 본 것 같은 여러대의 모니터 중계를 보니 마음이 두근두근 설렜다.
나도 전문가로써 언젠가는 이런 무대에 서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는 거의 강의를 듣듯이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는 패널 논의나 회사 소개 중에서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 듣는, 학생 신분에 가까웠기에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야심차게 명함을 잔뜩 챙겨갔지만 왠지 나의 경력이 눈에 띄지 않을 것 같거나 내가 관심이 없는 사업분야의 기업들이 많아서 명함은 몇개 나눠주지 않았지만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첫번째로, 모더레이터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특히 패널 논의 시에, 한정된 시간에 모든 패널이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시간과 컨텐츠를 구분해야 하며 동시에 참석자로부터 시시각각 올라오는 질문도 커버를 해야하기 때문에, 정확히 그 산업 현황과 기술에 대해 이해하고 있음은 기본이고 적확한 언어로 코멘트와 질문을 요약하는 능력이 아주 중요했다. 언어적인 문제로 대부분의 모더레이터는 영미권 사람들이 많았고, 조금 거칠어 보일지언정 딱딱 선을 긋고 요약해서 진행하는 모더레이터의 능력이 아주 빛을 발한다고 느꼈다.
두번째로, 유럽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미국 대기업이 스폰을 한 행사여서 그런 감도 있겠지만 논의 내내 “돈은 미국/ 영국에 있다”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 외의 대륙과 국가들은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느낌 보다는 각자 도생, 트렌드를 잘 따르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니 영주권을 받고서도 이제 유럽에서 나의 가치를 높이려면 무엇을 해야할까 고민을 하게 되었다.
세번째로, 번듯한 영어 실력과 관계 없이 카리스마를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배웠다. 특히 싱가포르, 중국 여성들이 무대에서 “직설적으로” 핵심을 관통하는 이야기를 했을 때, 패널과 관객석에서 무릎을 탁 치는 것 같은 그 pause 를 느꼈다. 그들의 영어에는 강한 억양이 있었음에도, 명료한 언어로 거침없이, 눈빛에도 흔들림 없이 이야기를 전달하자 듣는 사람도 그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었다. 덴마크 출신의 여성도 아주 조곤조곤한 말투로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전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데, 무조건 목소리 크고, 욕 섞어가며 강한 언어로 이야기해야 카리스마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중요한건 말의 힘 그리고 흔들림 없는 눈빛이다.
일정이 어느정도 마무리 된 3일 차엔 자유 시간이 어느정도 주어져서, 미술관에 다녀왔다. 생각보다 규모가 작고, 내가 관심 있는 20세기 이후 작품들은 더 한정적이라 아쉬웠지만, 이번 전시의 타이틀과 전시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
고전 시대의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면서, AI 로 개발한 고전시대 여성 작가 캐릭터로 큐레이팅을 하는 컨셉이었는데, “디지털 포맷으로 저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개할 수 있는 컨텐츠 자체가 제한적이다” 라는 메세지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아무래도 시대적인 배경으로 인해 여성 작가들은 빛을 발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있지만, 저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컨텐츠가 없다는 것은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사회적 배경을 거슬러서, 최신의 기술을 도입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다루겠다는 큐레이팅. 마치 나에게 무슨 역경이든 이겨내고 원하는 것을 위해 달려가라고 격려해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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