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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52주차 회고 | 마지막 20대를 보내며

일상/회고

by 띠용- 2024. 12. 30.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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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보니 친구가 보내온 뉴스 링크엔 항공기 사고로 80여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내 이메일 인박스를 열어보니 각종 언론사에서 한국에 항공기 사고가 났다고 속보가 잔뜩 와있었다. 어떤 언론사에서는 ‘항공기 사고로 악명이 높은’ 한국이라고 언급하면서, 1980년대 부터 있었던 사망사고들을 소개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났어도 찝찝한 기분으로 엄마와 통화를 하면서 뉴스 이야기를 하고, 샤워하면서 마음을 좀 진정시킨 뒤, 커피를 한 잔 내려 마시며 책을 읽었다. 그 책은 친구가 한국에서 보내준 건데, 종이로 된 모국어 책은 오랜만이라 그런지 유난히 여백이 많고 쉽게 쓰인 책이라 그런지 술술 읽혔다. (사실 운동 가기 싫은 마음에 읽기 시작했는데) 앉은 자리에서 책을 끝까지 다 읽고, 곧장 운동을 갔다. 쇼펜하우어의 글을 쉽게 설명해놓은 책이었는데, 너무 쉽게 쓰려다 보니 무리한 비교나 도약이 좀 있었어서 상업성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쇼펜하우어의 글 자체 중에 마음에 닿는 글은 독서노트에 기록하기도 했고, 책에서 작가가 비유에 사용한 부분들은 앞으로 읽어볼 책 리스트에 추가해두기도 하면서 즐겁게 읽었다. 이 책 한권을 더해서 2024년 올해 부로는 총 11권을 읽었다! 이 내용은 별도 포스트를 통해서 정리해보아야 겠다.

그렇게 뿌듯하게 집에서 오후 시간을 보내고, 집 근처 헬스장에 가서 스테퍼를 열심히 밟으면서 슈카월드와 조승연의 탐구생활 채널의 유용한 영상들을 봤고, 팔과 어깨운동도 조금 하다가 곧장 도서관으로 갔다.

벌써 시간이 다섯시가 다 되어가기에 후다닥 핫초코에 샌드위치를 먹고 짐을 싸서 도서관으로 향했는데… 이게 웬걸. 연말 시즌에 오픈한 줄은 알았던 오늘도 17시에 문을 닫는 것이었다. 내가 도착하니 이미 마지막 몇 명이 건물 밖으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아쉽지만 그야말로 어쩔 수가 없다. 크리스마스는 유럽에서 가장 큰 연휴이니까. 그래도 크리스마스 이브와 당일 날 도서관을 대신 해 늦게까지 문을 여는 집 근처 카페들을 알아둔 덕분에 그 중에 가장 늦게까지 하는 곳으로 와서 지금은 이 곳에서 일기부터 쓰고 있다.

역시 시내라 북적북적하고 이어폰을 꽂아도 음악소리만 온전해서 듣기가 어려울 지경이지만… 그래도 집에 있으면서 딴짓 하느라 시간을 보내는 것보단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꾸역꾸역 앉아있다. 내 옆에는 백발의 할아버지가 종이 신문을 펼쳐 읽고 있다. 보통 여기서 카페를 가면 흔히 보이는 풍경인데, 난 이게 참 보기 좋다. 우리나라에서 카페는 젊은이들의 점유물, 아니면 그룹으로 여러명이 모여 대화를 나누는 공간인데, 여기선 혼자 자리에 앉아 책을 읽거나 신문을 읽는 사람들을 보는 일도 어색하지 않다. 오늘 나는 일주일과 올 한해를 돌이켜보는 일기를 쓰고 가져온 교재를 한번 훑어보면서 마감 시간까지 있다가 집에 들어가려고 한다.

사실 올 한해의 회고는 벌써 2년 째 꾸준히 하고 있는 계획 스터디 모임을 통해 어제 진행했었다. 그 스터디의 장, 그리고 새로 참여하게 된 다른 멤버 한명과 같이 회고를 했는데, 각자의 야망찬 계획을 공유받고 또 나 스스로도 나의 야망 넘치는 계획들을 숨김없이 공유하니 그 자체로 동기부여가 되었다. 스터디 장은 개발 도상국에서의 교육 관련해서 대학원 장학금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데, 기록하고 공부하고 독서하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하루하루 성실하게 그것을 실행하는 분이다. 회고에 새로 참여한 다른 한 분은 영어 교육 쪽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연구원인 것 같았는데, 말투만 들어봐도 똑부러지는 분인것 같았다. 동시에, 여전히 영어에 대한 갈증이 많은 것을 보면서 영어는 평생의 과제이구나 다시한번 생각하게 됐다.

나는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 직장인이라고 소개했고, 내년의 목표는 준비 중인 시험들 합격, 석사 졸업, 이직이라고 말했다. 굵직한 일정들을 마치면 4월에 한국에 가서 쉬고 싶은데, 새로운 회사에 온보딩 하기 전까지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면서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고도 소개했다. 프랑스어/스페인어/라틴어 공부, 와인과 치즈에 대해 알아가기, 독서, 미술관, 음악 감상 (공연), 금융 자격증 시험 도전, 데이터 분석 공부, 등등… 나의 목표는 언제나 거창했고 내가 이렇게 말한다 한들 이 모든 것을 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깜짝 놀라는 사람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결코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에 괜한 자긍심이 들었다.

오늘 오후에 읽은 책에서, “지성을 통해 자신이 진짜 원하는 바를 알게 되며, 자신의 참모습인 ‘개성‘이 실현될 수 있다. 쇼펜하우어가 강조한 ‘개성’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고 싶은 욕망을 긍정하는 것이다.” 라고 쓰여진 부분이 있었다. 나만이 원하고,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나의 개성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게 개성이고, 개성이 곧 나의 삶이라고 한다면 나는 20대를 거치면서 나름대로 방향성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 같다.


나의 개성이 담긴, 2025년 나의 삶에는 아래 8가지의 만다라트 토픽들이 담겨있다.


1. 언어

매년 회고와 계획을 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게 이 ‘언어’이다. 독일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2019년부터 영주권을 따는 2024년이 되기까지 드문드문 그 자리엔 독일어가 있었고, 실행하진 않았지만 (대학생때 두달 정도 학원을 다녀보긴 했지만) 은은하게 늘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지금은 스페인 사람 남자친구가 있으니 스페인어도 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고 (스페인 사람들과 회사에서 일을 한 덕분에 발음체계 정도는 어느정도 귀에 익은 것 같다), 유럽의 언어를 이해하는 데에는 라틴어가 필수라는 생각이 들어서 깨작깨작 보기도 한다 (대학교 때 관심이 생겨서 라틴어 공부 책을 한권 읽었던 게 거의 전부이다). 물론 내 20대의 절반을 투자한 러시아어도 놓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올해 들어 영문으로 책을 읽다보니, 그리고 우연히 동양의 철학을 소개한 책이나 한국 작가의 책을 영어로 번역한 책을 읽다보니 나에게 익숙한 듯 낯선 것들을 영어로 먼저 접하면서 역으로 한국어 뜻을 이해하는 경험을 했었다. 그래서 국어사전, 한자사전, 그리고 영영사전도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려고 한다.

물론, 내가 풀타임 언어학자가 아닌 이상 이 모든걸 동시에 하긴 어렵고, 대신 일주일에 각 언어별 한 문장이나 한 단어씩 머릿속에 넣는 습관을 들여보려고 한다. 그러다가 4월에 한국에 가면, 한 달 정도 프랑스어나 스페인어 과외/ 학원을 다니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적어보는, 4월에 한국가서 할일
- 스페인어/ 프랑스어 학원 또는 과외
- 단기 알바
- 친구들과 여행
- 새로운 금융 자격증 도전?
- 에너지 관련 컨퍼런스 있는지 찾아보고 참석하기
- 데이터 분석 관련 공부 교재 구입


2. 전문성의 증진

당연히 준비중인 자격증 합격한 다음, 논문 잘 제출해서 석사 우등으로 졸업하는 것이 목표이다.
그리고 재무 모델링도 일과 곁들여 함께 차근차근 연습할 것이고, 8월에는 레벨 2 시험을 합격하고 싶다.



3. 글쓰기와 독서

쇼펜하우어가 “(사유없는 다독을 경계하며) 독서란 자기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생각해주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는 진득하게 영어로 글을 계속 읽어야 하는 필요성이 있어서 책을 읽은 것도 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집중했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답할 수가 없다. 그런데 오늘 마침 쇼펜하우어가 사유 없는 독서/ 다독을 경계하는 글을 썼다기에, 앞으로는 좀 더 집중해서 읽고 나의 생각을 정리하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노트를 작성하기 시작한 것은 아주 잘한 선택인 것 같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남는 문장이 있으면 적어둘 수 있고, 그렇게 적어두니 오늘 이 회고를 쓰면서도 인용할 수 있다!

그리고 주간 회고는 한두번 빼곤 매주 일요일에 때맞춰 작성해왔는데, 앞으로는 좀 더 발전시켜서 매월, 매 분기 회고도 작성해보려고 한다. 예전처럼 너무 틀에 끼워 맞추거나 정량화 하려고 하면 게으른 완벽주의자인 내가 ‘이렇게 엉망진창일 바에야 안하고 말지’ 할 것 같아서, 짧더라도 잠시 지난 한 달/ 한 분기를 돌이켜보는 시간을 갖는 것의 의미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나아가 매일 아침에 모닝 페이퍼를 쓰기도 시도해보려고 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팟캐스트를 듣고, 독서를 하고, 뉴스레터를 읽고, 모닝 페이퍼를 쓰는게 내가 정착하려고 했던 아침 습관이었는데 연휴 시즌이 되어 늦잠을 자면서 흐지부지 되어버렸다. 시간과 관계 없이 아침에 일어나면 이 루틴들을 해내기로 내년엔 좀 더 힘을 써보려고 한다.


4. 경제적 자유

어려운 이야기다. 내가 원하는 원봉, 원하는 저축액을 달성해야 겠다는 목표인데 운이 따라줘야 하는 것도 있다. 그런데 왠지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보면 내년 이맘때 쯤엔 달성했다는 회고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한번 도전해보려고 한다.



5. 컨텐츠 소비

질 좋은 유튜브 영상 (인문학 뿐만 아니라 기술 분야도), 증권가의 유튜브 영상, 투자 관련 팟캐스트, 일간/ 주간 뉴스레터 정독 등을 적어두었다. 또 내가 원하는 직무를 주제로 한 책을 읽어보는 것도 목표에 있다. 요새 유튜브를 너무 많이 봐서 이왕 볼거면 좋은 영상 보자고 하는게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며칠 전엔 데이식스에 빠져서 데이식스 영상을 몰아보다가…. 오늘은 이만 정신 차리자 하고 조승연의 탐구생활/ 슈카월드의 영상을 보며 운동을 했는데, 이렇게 계속해서 질 좋은 영상만 많이 봤으면 좋겠다.



6. 건강과 뷰티

매일 영양제 먹고, 자세 교정하고, 주 2회 운동하고 하는 것들이다. 이제 30대를 맞는데, 귀찮다고 운동을 안가기 시작하면 체력이 순식간에 나빠져 있을 것 같아서 ‘하기 싫어도 하자’ 를 스스로에게 되새기기로 했다. 단 것 섭취 줄이기, 매일 허리 운동하기, 다리찢기 연습하기 같은 것들도 있다.



7. 휴식

악기 레슨, 와인과 치즈에 대해 알아가기, 미술관, 영화, 음악, 여행, 피아노 등… 나에게만 시간이 멈춘다면 하고 싶은 것들이 잔뜩 여기에 있다. 올해 나에게 자유시간이 얼마나 주어질 지는 모르겠지만 이 휴식 부분도 꼭 챙겨서 성취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8. 운

마지막 파트는 운이다. 유명한 일본 야구선수의 만다라트에 이 ‘운’이 담겨있더라고 친구가 이야기해준 적이 있는데, 그는 운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매 년의 목표에 운을 적는다고 했는데 그게 큰 영감이 되었다. 그래서 이번 회고 때 나도 운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작성했고, 회고 모임에서도 소개했다. 인사 잘 하고 다니기, 입꼬리 올리는 연습하기 같은 것들이 서브 카테고리로 들어가있다.



사실 큰 틀에서 작년과 변한 것은 없는데, 아무래도 1분기를 기점으로 학교 생활이 막을 내리다보니 그 이후에 몰입할 것들에 대해서 작성해둔 점이 작년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아직 내년과 내후년 초반까지는 자격증 공부에 집중을 해야하다보니 이 여러가지 토픽 중에 최 우선순위는 당분간은 공부가 될 것 같다. 그래도 최근들어 혼자 보내는 시간이 점점 더 자연스러워지는 걸 보면서 뿌듯했고, 앞으로 더 발전할 거라고 믿는다.





청춘은 지혜롭지 못하지만 무모한 용기가 있다.





이렇게 나의 20대도 지나갔고, 이제 30대로써 나의 클라이막스를 향해 올라가고 있지만 지난 나의 20대의 노력에는 후회가 없다. 물론 인간적으로 나에게 아쉬움이 많지만, 미숙했기 때문에 부딪히며 배웠고, 앞으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마음먹게 됐다. 지혜롭지 못했지만 무모한 용기가 넘쳤던 나는 아무 연고도 없던 국가와 대륙을 거쳐 여기에 와있다. 말도 안되게 많은 유럽어를 다 하겠다고 이것저것 들춰보고, 어디든 가만히 있으면 이 언어 저 언어가 들리는 환경 속에서 나는 감히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예전과 같은 것을 보아도 지금의 나는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어서 기쁘다.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2025년에는 하기 싫어도 하는 연습을 해야지. 그리고 많이 생각하고 기록하는 삶을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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