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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4주차 회고 | 잘 지냈으면 좋겠다

일상/회고

by 띠용- 2024. 6. 1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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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 끝날 때 쯤에야 마무리하게 됐지만 필테 스튜디오 일찍 도착해서 쓰기 시작한 주간회고. 여기는 지지난주에 갑자기 원래 다니던 스튜디오 클래스가 취소되어서 차선책으로 한번 도전해봤던 곳인데, 시설이 아주 깔끔하고 강사 언니가 되게 친절해서 또 와야지 생각했었다. 그 날 기억하기론 운동 강도는 아주 높아서 좋았지만 전반적으로 엉덩이 운동 위주인데다 프로그램에 일관성이 없다는 느낌을 받아서, 그냥 차선책으로 이용해야겠다고 결론을 지었다. 그런데 이번주에, 원래 다니던 10시 클래스 시간이 갑자기 11시 이후로 밀리는 바람에 다시 이 차선책으로 찾아오게 됐다. 사실 시간이 맞는 곳 아무데나 예약한건데 어딘가 익숙한 길을 따라 와보니 그때 그 스튜디오였다. 원래 계획보다는 조금 늦게 일어나긴 했지만 어쨌든 클래스 시작하기 한참 전 일찌감치 도착해서, 근처 카페에서 학교 강의에서 배운것들 중 꼭 다시 확인할 개념을 체크하고, 스튜디오 안에서 후다닥 주간회고를 썼다.


 
여기 앉아서 급히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키보드를 두드리니 강사 언니가 와서 “일요일인데 일하는 거냐”고 물었다. 일은 아닌데... 이번주는 슈투트가르트에서 방문한 친구, 오랜만에 보기로 한 구 동료를 만나느라 주말 내내 약속이 잡혀있어 내 할일을 처리할 시간이 부족하니, 최대한 시간을 쪼개서 효율적으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수가 없었다.

 



금요일 베를린에서는 유럽 축구경기가 개막을 해서 시내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그래서 차량과 통행까지 통제하느라 시내 한복판에 사는 단점을 알게됐다. 서울에서 행사 할 때에 비하면 이 정도야 인파가 많은 것도 아니지만, 여기는 길에서 담배를 피는게 아무렇지 않은 곳이라 사람이 모인 곳엔 항상 담배 연기가 가득하다. 당연히 맥주는 기본값. 그래서 신나서 소리치는 사람들, 담배 연기 뚫고 여기저기 통제된 길을 우회해서 집까지 오는 데에 두세배로 시간이 오래 걸렸다. 덕분에 이틀동안 2만보, 만보 걸었더니 다리가 피로하다. 그렇지만 요 며칠 너무 잘 먹은 탓에 살이 조금 올라서 그래도 해야지 마음먹고 열심히 참여했다. 집에 와서 세탁기를 돌려놓고 누운 듯이 소파에 앉으니 다리가 욱신거린다.
 


갑작스럽지만 어제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이야기를 해서 그런건지, 오늘 아침엔 유난히도 전 짝꿍이 그리워서 눈물이 났다. 이제는 짝꿍이라는 글자 앞에 “전” 이라는 글자를 붙이는것 마저 슬프다고 생각했다. 보고싶다고 메세지를 보낼뻔 했는데, 보내기 버튼을 누르기 전에 “내가 끝낸 주제에 이러면 안되지” 마음을 다잡고 집 밖으로 나섰다. 지하철 역으로 향하는 길, 괜히 그가 좋아했던 음악을 찾아 들으며 또 한번 한껏 슬펐다. 가끔 혼자서 유튜브로 한국음악을 듣다가 마음에 드는 음악을 발견하곤 나에게 신나서 하루종일 틀어줬던 노래였는데, 가사가 유난히 그의 모습 같아서 더 슬펐던 것 같다.
 
이동하는 지하철에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그 음악만 듣고 있었는데, 그가 나에게 준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 새삼 다시 되뇌이며 다시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싶었다. 그냥 결혼해서 함께 있으면서, 그가 대학원에 가도록 하는 것이 답이었을까. 최근에 러시아에서 같은 팀이었던 동료가 (지금은 부다페스트에서 살고있다) 곧 베를린에 놀러온다고 연락을 해왔었는데, 그에게 내 전 짝꿍이 잘 지내고있는지 확인 해달라고 메세지를 보낼까도 생각했다. 결국 아무것도 보내지 않았지만.

그런데 이 마음이 닿았던 것일까, 그의 엄마가 나에게 메세지를 해왔다. 형은 장기 출장에 갔고, 형수는 일 하고 있고, 형수 언니는 중국으로 여행을 갔고, 아버지는 치료를 잘 받고 계신다고 했다. 짝꿍네 집에는 고향 친구가 2주간 와서 머물러 있다 갔고 오늘 엄마 집에 왔는데 아직까지도 우리가 헤어졌다는 이야기를 도통 하질 않는단다.

 

그래도 잘 지내고 있구나 싶어 마음이 놓이면서도 아직까지 헤어졌단 얘길 안했다고 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차마 말 할수가 없는걸까, 아직 받아들일 수가 없는걸까, 혹시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되진 않을까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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