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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2주차 회고 | 상반기가 끝났다

일상/회고

by 띠용- 2024. 6. 2.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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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얘기 그만하고 싶은데 도대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
 
토요일 수업이 끝나고 강의실 밖에서 한참동안 수다를 떨다가, 그래도 놀고 싶어서 굳이 근처 쇼핑몰에 가서 샌드위치를 사먹고, 꾸역꾸역 도서관에 왔는데 왜이렇게 공부하기가 싫은지 자리에 앉자마자 주간회고부터 적기로 하고 노트북을 두드린다.
 



일은 항상 난리 버거지고 밤이고 낮이고 급해 죽겠다는 연락이 오지만, 나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급하다는 거 하루 이틀도 아닐뿐더러 급하다고 해서 대응해주면 다음날이고 다다음날이고 계속 수정해달라고 요청이 오기 때문에 한두마디로 심장이 쿵 내려앉는 상태는 덜해졌다. 금요일에 나는 학교에 가니 연락을 안받는데, 토요일 아침에 메신저를 확인해보니 새벽 2시까지 난리난리 메세지에 밤 9시와 10시 반에 갑자기 팀 회의를 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결론은 물론 '다음주에 확인해보는걸로 하겠다'. 이런 일이 매번 반복되다보니 그냥 '그러려니' 하게 된다. 물론 회사에 대해 애정을 두지 않으려고 하니 더욱 무던해지는 점도 있다. 하루는 동료와 중장기 사업계획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2026년 계획 숫자를 보면서 '우리 둘 다 이 땐 여기 있지 말자' 말하기도 했다.
 
한편, 지금 나에게 '금요일 오프'를 제공하며 동시에 풀로 급여를 주는, 그리고 좀 더 high level에서 사업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이 회사는 지금 나에게 최선임이 분명하다. 풀 타임으로 일을 하고 풀 타임 학업을 병행하는게 결코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아무렴, 내가 원하는 것은 대학원을 통해 나의 능력치를 업그레이드 해서 다른회사로 이직하는 것. 지금의 최선이 앞으로도 최선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당장 졸업장 뿐만 아니라 나의 능력치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할텐데 조바심이 난다. 분명 엄청나게 많은 것을 배웠고, 배우고 있는데 그걸 나는 어떻게 나의 능력이라고 증명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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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굉장히 많은 것을 알고있다고 생각했다. 회사에서도, 학교에서도, 내가 던질 수 있는 질문의 수준이 달라졌고 주변에서도 그걸 인정해준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처음 이 회사에 입사했을 때, 이 산업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컨설팅 레포트를 요약 정리해달라는 상사의 요청을 받았을 때 내 영어 실력이 문제인가 자책했던 기억이 난다. 북미에서 대학을 나온 당시 동료와 초점없는 눈으로 멀뚱멀뚱 서로를 바라봤던 게 생생한데, 지금은 그 레포트를 소화하는 게 어렵지 않다. 이번 주에는 fishbowl discussion이라고, 패널 형식으로 몇명의 사람들이 나와서 토의를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나가서 이야기를 하려고 강의실 앞으로 나가는데 같이 나가던 한 친구가 '띠용이 토론 너무 잘해서 대적하기 싫은데' 라고 말했다. 원어민 친구가 그리 이야기 해주니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그래서 이만하면 많이 컸다고 오만을 부릴 때 쯤... 어제 오늘 들은 강의가 상당했다.
 


에너지 모델링에 대한 강의였는데 내가 잘 모르는 전력 거래에 대한 부분이 기초가 되어야 하는 데다 문과 수학에선 배우지도 않은 공학 수학 수식들이 소개되었다. 태연한척 했지만 이럴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엔지니어링 친구들은 이정도야 무난하겠지 싶어 걱정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나마 엑셀은 나름대로 자신이 있어서 수업 중 실제로 문제를 풀 때는 어떻게든 답을 도출 '해보는' 정도야 할 수 있었지만, 문제가 요구하는 내용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그래프까지 그려내는 학생을 보며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아...역시 나는 아직 갈길이 멀다.
 


특히 30대 후반 정도 되어보이는 교수님은 이 세상의 모든 에너지 문제에 대한 답을 알고 계시는 분인 것만 같아 큰 동기부여가 됐다. 호기심에 프로필을 찾아보니 공학 학사, 경제학과 에너지 공학 석사, 에너지 모델링 관련 박사를 하신 것 같았고, 코펜하겐 대학의 에너지 학부에서 조교수로 연구하면서 동시에 일년에 10편 가까이 논문을 써내고 계신 것 같았다. 연구 범위도 특정 기술에 치우친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기술에, 유럽 위주도 아니라 대륙을 건너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연구한 경험이 있으셔서 그런지 인사이트 역시 남달랐다. 모델링이라 함은 단지 데이터를 가공하는 기술에 특화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회사에서 마주하는, '신재생 에너지 만' 다뤄본 사람 보다도 훨씬 지식이 방대하다. 우리 학교 논문 리뷰도 맡는다고 하시는데, 아무래도 내 논문 주제는 investment/ 경제학 관련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이 교수님께 어떤 코칭을 받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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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다음 학번 합격생들을 대상으로 Q&A 세션이 있었다. 초대를 받아서 질문에 답하러 참석을 했는데, 그 때야말로 확실히 내가 스스로에 대해 확신이 생겼다고 느꼈다. 에너지 산업에 확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 MBA 가는 것보다 훨씬 가치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여기서 분명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있기 때문에 추천한다는 나의 말, 진심이었다. 비즈니스를 전공한 (사실 어학 전공이지만 학부 때 배운 국제무역을 전공이라고 하는 중) 몇 안되는 학생 중 한명이라고 나를 소개하자 한 명이 나를 특정해 질문을 해왔다. 비즈니스 전공으로써 공부하는게 어떻냐는 일반적인 질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에 대해 내가 대답한 것도 진심으로 내가 믿는 바이다.
 
"솔직히 쉽지 않다.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 버거웠다. 그런데 내가 일로써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나의 방식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덕분에 나의 새로운, 아마도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질문을 던질 수 있어서 좋다. 앞으로도 그럴테지만 여기서 공부하는 것은 나에게 connecting the dots 처럼 느껴졌다. 지금까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드문 드문 흩어서 모아온 점들이 비로소 하나씩 연결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학과 공부가 유럽 중심적인 것이 아니라 여러 국가의 케이스를 다루기 때문에, 오히려 내가 몰랐던 내 나라의 시스템도 더 잘 이해하게 됐다. MBA 졸업한 사람 이 세상에 널렸는데 아무나 붙잡고 기대 수익률이 뭐냐고 물으면 대답할 수 있는 사람 생각보다 별로 없을거다. 근데 여기서 공부하면, 최소한 에너지 산업에서는, 그 질문에 대해 엄청나게 많은 인사이트와 함께 대답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같다."

 

 

내가 한 말이 있는데 적어도 중간에 포기하지는 말아야지. 그럼 시뮬레이션 모델 복습하러 가야겠다. 오늘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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