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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너무 많이 먹는 것 같아서 빵 대신 바나나와 사과, 토마토 등 건강한 옵션으로 식단을 갖추려 노력했더니 정말 몸에 기운이 없었다. 탄수화물 섭취량이 줄었나고 이렇게나 변화가 큰지 새삼 놀랐다. 평소엔 거뜬히 해내던 일상도 몸의 에너지 레벨이 떨어지니 억지로 한다는 느낌이 강해졌다. 도대체 대학 때 커피, 덴마크 우유 같은 것만 마시면서 어떻게 그 일정을 소화했는지 모르겠다. 확실히 내 신체는 변화하고 있는거다. 그래서 결국 어제 부로 세상의 모든 탄수화물은 모조리 섭취할 것인양 피자, 과자, 아이스크림 따위로 하루 식단을 완성해버렸다.
연예인들은 밥 잘 안먹고도 본인 사업하고 활동 잘만 하는 것 같던데 도대체 무슨 힘으로 버티나 싶다. 아마 어마무시하게 예민하려나? 하긴, 웬만큼 사소한 일은 신경쓰지 않아도 되도록 챙겨주는 매니저와 스탭들이 있으니 가능한건가보다.
아무튼 나에게 매일 식단에 탄수화물 없이 이 스케줄을 사는건 너무 박해서, 그냥 먹던대로 먹되 아침 식사로 빵 먹는걸 되도록 피하고, 평일 회사에서 점심 때 야채 위주로 먹기로 합의를 봤다.
오늘은 일요일, 아침 필라테스 수업을 끝내고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주간회고를 쓴다. 가장 좋아하는 시간. 맛있는 커피를 기대하며 오늘은 왠지 다른 메뉴를 골라보고 싶어 오트 우유 라떼를 주문했는데, 너무 달다. 오틀리가 아닌 다른 우유를 쓰시는듯 한데 커피 향은 전부 가려지고 오트우유의 단맛만 남아서 그냥 오트우유 마시는 느낌이다. 다음엔 원래 마시던 필터 커피를 주문해야지...
탄수화물 금단 현상일수도 있고, investment 과목의 시험 대체 레포트를 준비하면서 막막한 마음에 지금껏 기운이 별로 없었다. 사실 레포트 자체는 항상 하던 업무의 연장선 같은 느낌이라 만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주제를 받아보니 상상치 못한 무시무시한 스케일에 어떻게 그림을 그려야할지도 모른채 길을 잃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번주 금요일에 새로운 과목 network 수업이 시작되고 상황이 달라졌다. 무얼 모르는 지 조차 몰라 답답했던 베일을 조금씩 벗겨 내며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300장에 달하는 하루치 강의 자료 안에는 이번 레포트에 유용하게 활용할만한 내용이 많이 담겨있었다. 그러니 동기 부여가 돼서 토요일에 있던 수업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나는 왜 이렇게 학교가 좋은지 모르겠다. 교수님들의 방대한 지식을 동경하고, 본인의 주제를 사랑하는 그 열정을 동경하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질문을 던지는 학생들이 좋다. 그래서 그 날도 열심히 참여했다. 그런데 쉬는 시간에 교수님께서 나에게 어디서 왔냐, 무슨 일 하냐, 무슨 회사이냐, 등등 여러 질문을 하시더니 수업이 끝나고는 본인이 의장으로 계신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해보지 않겠느냐고 꼭 이메일을 달라고 하셨다.
뛸 듯이 기쁜 마음으로 강의실 밖으로 나서는데 갑자기 학생 representative로 있는 아이가 갑자기 나에게 두가지 질문이 있다고 했다. 하나는, 우리가 조별 과제를 하면서 보기에 나에게 개선점이 있다면 알려달라. 두번째는, in general 내 학교생활에 어떤 부분을 개선하면 좋을지 알려달라. 자기는 “갓생”을 살고싶단다.
이런 질문을 태어나서 처음 들어봐서 놀랐다. 처음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왜냐하면 조별 과제에 딱히 기여한 바가 없는 친구라서 마음에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아무렇지 않게 주변 사람들에게 사소한 심부름거리를 시키는 모습이 실망스럽기도 했다. 예전에 조별과제를 시작할 때 비어가르텐에서 맥주를 마신적이 있는데, 그 때 다리가 아픈 그 친구를 대신해서 내가 주문해준 맥주도 정산을 하지 않았다. 너무 사소한 것이라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더니 끝까지 이야기를 않더군. 그녀를 보는 나의 시선은 이미 그렇게 정의가 되어버렸다. 좀 이기적인 애. 지난 주엔 시시콜콜한 대화를 하다가 “가끔 보면 이런 부분에선 나보다 똑똑한 애가 있기도 해” 라고 말하는 걸 보면서 말문이 막힌 적도 있다. 내 눈에 그 아이는 가장 똑똑한 친구는 아니고, 그저 대장 노릇만 좋아하는 걸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별 과제를 하며 내가 흐름을 주도하니 그게 내키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 주도적으로 활동을 하든가.) 그런 중에 갑자기 나에게 본인에 대한 피드백을 달라니. 내 마음속에서 선을 그어버린 게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영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투입한 노력은 최소이면서 열심히 하는 이미지만 챙기고 싶어하는 건가 싶다.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정말 본인을 발전시키고 싶은 의도였기를 바란다.
그리고 도서관으로 향하러 지하철 역으로 갔는데, 같은 클래스 친구들이 있었다. 잠시 대화를 나누는데, 한 친구가 “네 옆에 앉으면 그 바이브가 너무 좋다. 좋은 질문을 많이 해줘서 참 좋다” 라고 말했다. 정말 말을 잘 하고 똑똑한 친구라서 내가 배우고 싶다고 항상 생각하던 친구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열차가 와서 급히 떠나는데 “챙겨서 좀 쉬기도 하라”고 말했다.
역시 나는 칭찬에 약하다. 그렇지만, 그래도 비로소... 내가 그동안 발버둥 치며 살아온 일상이 결코 헛된 게 아니었다는 게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다. 나도 모르는 새 나에게 안목이 생기고 있는 것이고, 진심으로 이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싶은 마음이 그들에게도 보이나보다. 앞으로도 지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시한번 다짐했다.
그리고 어제 적극적으로 제안을 주신 교수님께 오늘 아침에 운동을 가면서 이메일을 썼다. 교수님 정확히 말하자면, 연구 프로그램에 석사 논문을 쓰러 학생 신분으로 참여하기를 제안하시려는 것 같고, 내가 실제로 사업 개발팀에 있으니 사기업에서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회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나를 통해 듣고싶어하시는 것 같았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그 리서치 프로젝트는 포닥, 박사 준비생들만 있는 것 같고 가장 중요한건 전자공학 전문가들이다. 그야말로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수업 시작때 이런 노트를 적었는데. 갑자기 적은대로 기회가 코앞에 온 것 같다.
“나도 에너지 관련 워킹 그룹에 들어가고 싶다”
“그리고 전기공학도 코세라에서 강의를 듣든지 해야지 원”
전기공학 관련된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면 어마어마한 공부가 될 것 같은데, 과연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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