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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야 기여코 내가 우울해지는 방법을 알아냈다. 내내 우울하던 지난 주말, 문득 이것을 터득하고는 물끄러미 내 모습을 저만치서 바라보았다. 초라하고, 안쓰러웠다. 원래는 우울한 감정이 밀려오면 그 감정에 잠식되어 버리기 일쑤였는데 이제는 그 방식까지 구체적으로 인지하다니, 나름의 발전이라면 발전인지도 모르겠다.
방법은 간단하다. 유튜브 많이 보고, 많이 먹고, 운동 안하기. 이것이 이틀 이상 반복되면 그 때부터 난 우울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고리를 끊어내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만반의 다짐 이상의 계기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그런 물리적 안락함 속에서 '반성'하고 '개선'하는 움직임을 만들기엔 나의 영혼은 죽은 채 몸만 겨우 살아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에도 게으른 나를 반성하며 회고를 했고, 이번 주에도 게으른 나를 우회적으로 묘사하는 글을 쓴다. 그렇지만 이제는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왜냐하면 이번주가 정말 내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논문을 완성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이것이 내가 말한 "만반의 다짐 이상의 계기"라고 다시한번 마음 먹어본다.
2023년도 말에 입학해서 1년 반 가량의 시간동안 업무와 공부를 병행하느라 정말 애를 많이 썼다. 퇴근하고 도서관에 가서 늦게까지 공부하다가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집에 돌아오는 일상. 어쩔 때는 내일 쓸 에너지를 아끼려고 12시까지 공부하다가 택시를 타고 집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내 자신에 심취했다.) 그럼에도 나는 운동을 가고, 꾸준히 글을 쓰고, 다음 할 일을 계획하고 고민하면서 알차게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 때 나 스스로에 대한 효능감은 말 할 수 없이 컸다. 힘들지만 지나고 나면 즉각적인 보상이 따를 것이라는 나름의 확신이 있었고 그게 그 엄청난 스케줄을 견디는 동력이 되었다. 그래서 특히 작년 한 해는 빨리 2024년이 지나가기만을 바라면서, 어쩔 때는 '그냥 내 인생에서 2024년이 삭제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성실히 지냈고, 그렇기에 1월 1일이 되었을 때 뛸 듯이 기뻤다. 비로소 끝과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3월 31일이면 논문을 제출하고 이제 학교 공부로부터는 해방되기에 나는 주변 친구들에게 4월 1일에 나는 다시 태어나는 것과 같다고, 내 생일이라고 농담을 하곤 했다.
그런데 그렇게 기다리던 "끝"이 막상 손 뻗으면 닿을 곳에 있으니 나는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2월 14일, CFA 시험을 치고 난 뒤 지난 한달 동안은 그동안처럼 열심히 산 날이 거의 없다. 4월이면 한국에 가서 거의 한달을 놀건데... 그것 만으로 부족했나보다. 나는 내가 동경하는 인물들처럼 그렇게 성실하지 않아서, 더 많은 휴식 시간이 필요한가보다.
그래서 이제는 이만 잘 놀았다 생각하고 진짜 최선을 다해야겠다. 3월의 마지막 주를 비로소 불태우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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