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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47주차 회고 | 보고싶어라 그리운 그 얼굴

일상/회고

by 띠용- 2024. 11. 2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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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볼 생각에 하루하루 신나게 일상을 보냈던 게 불과 며칠 전인데 막상 그의 얼굴을 보니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매일 매일 몇시간이고 전화 통화를 할 때면 나름 대화가 잘 통한다고도 생각했는데, 막상 얼굴을 보니 그 마음이 순식간에 달아나버렸다.

그런 나의 마음도 모르고 나를 본다고 신이 난 그 남자. 아무것도 안해도 그냥 가만히 곁에 있기만 해도 신이 난다는 그. 일곱 시간이 넘게 기차를 타고 나를 보러 오는 수고를 했는데 무신경한 모습을 보이는 건 예의가 아닌것 같아, 무감각한 나의 마음을 최대한 뒤로 하고 나름 텐션을 끌어 올려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녔다. 그러다 마침 생리가 시작되어 몸이 안좋다는 핑계를 대고 남은 시간은 최대한, 그저 가만히, 있었다.

그러던 일요일 오후. 회사 동료의 오케스트라 공연이 있어 그는 도서관에 있기로 하고 나는 공연을 보러 갔는데, 연주곡은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이었다.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이라니,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을 했던 곡이라니. 내가 사랑했던 러시아…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의 생각은 옛 짝꿍에게로 돌아가버렸다. 이 공연에 함께 있었으면 좋았을 걸,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함께 있었으면 좋았을걸, 지금의 아쉬움에서 부터 시작해서 또 한참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그와 새해를 맞이한 날, 서로의 마음을 확인 한 날, 처음 본 날로 돌아갔다. 그 때의 나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 때의 나는 그 사람을 얼마나 아낌없이 최선을 다해 사랑했던가, 또 그가 어떻게 자기자신보다도 나를 더 사랑했는지 생각해버리니 마음이 아렸다. 분명 힘든일 투성이에 몸이 안아픈 곳이 없어서 결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과거를 돌아보니 좋은 기억만 한가득이다. 내가 나이가 든 건가.

평생 그를 잊지 못할 것이란 생각은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얼마나 오래도록 그리워할 것인가는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이런 내 마음을 알고도 새로운 사람과 만남을 시작하는 것이 모두에게 현명하지 못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살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기차를 타야 하기에 그와는 8시 40분 쯤 작별인사를 하고 마중조차 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들을 때마다 눈물이 나고 마는 노래를 들으며 주간 회고를 쓴다.

<산책> - 소희

한적한 밤 산책하다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얼굴
반짝이는 별을 모아 그리는 그런 사람
좁다란 길 향기를 채우는 가로등 빛 물든 진달래 꽃
이 향기를 그와 함께 맡으면 참 좋겠네
보고싶어라 그리운 그 얼굴 물로 그린 그림처럼 사라지네
보고싶어라 오늘도 그 사람을 떠올리려 산책을 하네

따뜻한 손 그리고 그 감촉 내가 쏙 들어앉아 있던 그 눈동자
그 마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사랑을 주던 그가 보고 싶어지네
그리운 그 얼굴 물로 그린 그림처럼 사라지네
보고싶어라 오늘도 그 사람을 떠올리려 산책을 하네
오늘도 산책을 하네
오늘도 산책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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