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기

이번주는 11월 마지막 주 세일,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가 여기저기 있었다. 월- 목 회사, 금-토 학교, 일-도서관에서 요즘은 하루 일과를 마무리 한 후 매일 도서관에 가서 문 닫을때까지 있다가 택시타고 집에 돌아와 쓰러져 잠들다 보니 어딘가에 가서 쇼핑할 여력이 없다. 물론 도서관에서도 이만하고 나가서 쇼핑할까 생각은 여러번 들었지만 꾹꾹 눌러담고 할일을 이어갔다. 도대체 시간이라는 게 정말 없다. 하루종일 공부할 시간은 일요일 뿐인데, 요즘은 오후부터 2개 그룹과 일요일 저녁에 온라인으로 그룹과제 준비를 하느라 시간을 투입해야한다. 수면 만큼은 포기하지 않아왔는데 요새는 잠을 줄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불안감에 시달린다. 평소엔 음악을 들으면서 왔다갔다 하던 길도 이제는 정리할 생각이 많아 이어폰을..

일상/회고 2023. 11. 26. 16:47

개강 한달 반, 공부해야 할 슬라이드는 과목 당 2,000장이 넘는 것 같다. 한장 한장 그냥 넘길 건 별로 없는데, 이러다 과락하면 어떡하지 두려운 마음으로 한 주를 보낸 것 같다. 요즘 해는 더 짧아지고 날이 갑자기 추워지면서 아침에 이불 밖으로 나가기도 힘이 든다 - 드디어, 겨울의 시작이다. 학교에서 내가 월-목 일정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걸 문제제기하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회사 때문이라고 설명하자 그건 '변명이 될 수 없다'고 답변해왔다. 변명이라는 단어에 분노한 나는 장문의 이메일을 보냈고, 말로 대화하자며 줌 링크를 보내왔다. 그리고 대화를 하니 서로의 입장이 이해가 됐고, 결과적으로 나의 입장을 설득시킬 수 있었다. - 학교: 원칙상 (역시), 베를린 시에 제출하기로 과목 및 세션 별 학생들..

일상/회고 2023. 11. 19. 17:21

지난주엔 무슨일이 있었나 돌아보니 컨퍼런스 중간에 나와버려 불안했단 이야기로 시작을 했구나. 그 다음날이었던 토요일에도 컨퍼런스가 있었는데 그냥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할 생각으로 이것저것 준비하며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결코 뭘 해라, 하지 말아라 잔소리 않는 엄마인데 그 날은 갑자기 본인이 우연히 보게 된 강연에 대해 설명을 해주며 어떤 내용이 있을지 모르니 가보라고 당부했다. 요는, 똑같은 이야기를 듣고도 누구는 엄청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얻어 성공신화를 썼고, 누구는 그렇지 못했다며, 내가 별거 없다고 중간에 뛰쳐나온 그 강연에서 누군가는 인생을 바꾸는 아이디어를 얻었을 지도 모른다고. 아이디어를 찾는 사람이 되라는 거였다. 그런데 웬걸, 엄마 말 듣고 강연에 갔다가 노트 한가득 영감과 아이디어를 ..

일상/회고 2023. 11. 13. 04:40

오늘 집에 돌아와 후다닥 씻고 밥을 먹는데 불안감이 마구 밀려오기 시작했다. 평소 같았으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며 군것질을 잔뜩 했을 것 같은 그런 감정이었다. 이유도 모르겠고, 실체도 모르겠지만 뭔가 불쾌하고 답답한 마음. 알고리즘 추천으로 뜬 예능 영상 몇개를 보다가 순간 위기를 감지하고 노트북을 덮었다. 양치질을 하고 그제서야 짐을 정리하고, 식기도 정리하고, 따뜻한 차를 한잔 내려서 다시 노트북을 열었다. 그리고 마구 일기를 쓰다보니 조금은 알겠다. 실은 오늘 지속가능한 개발을 주제로 하루 종일 컨퍼런스가 있었는데, 중간에 나는 그냥 나와버렸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듣는 이야기들은 웬만하면 학계에서 이상을 꿈꾸는 이야기라고 마음 한쪽 구석에선 이해해왔는데, 오늘 세션에서 들은..

일상/회고 2023. 11. 4. 06:12

개강 3주차, 너무 지치고 힘들었는데 일요일 하루 10시간 자고 일어나니 살것 같다. 예전엔 쳐다도 못보던 비싼 비타민을 아침에 하나씩 원샷하며, 출근 전 일주일 세번 운동도 하고, 강의도 열심히 듣고, 지금은 도서관에 가는 길이다. 재택 덕분에 참석하지 못하는 강의를 녹화해두었는데, 오늘 오전 내내 그 7시간 강의 중 중요한 부분만 띄엄 띄엄 들었다. 어제 학교에서 수업 자료가 너무 방대해서 시험 볼 일이 아주 큰일이라고 걱정을 털어놓던 태국인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의 말에 왠지 나이도 좀 있고 엄청난 경험를 가진듯 한 알바니아 친구가 “시험이야 무슨 상관이야, 몰랐던 거 배우고 익히는게 우리가 여기 있는 이유 아니겠어.” 내심 똑같이 시험을 두려워하던 나에게 해주는 말 같아 뜨끔 했다. 거나하게 회..

카테고리 없음 2023. 10. 29. 20:54

개강 2주차. 고등학교, 대학교 때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특히 내 에너지 레벨의 관점에서. 대학교 때 하고 싶은 공부가 많았었다. 어쩌면 내 천성이 그런건지, 세상에 대해 얕고 넓게 알고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그 때 전공인 무역과 러시아어 외에도 회계, 마케팅, 인문학, 문학 강의를 물리적으로 시간이 가능한만큼 최대한 월-금 시간표에 욱여넣어 학점이 모자라니 청강까지 해가며 지식에 대한 욕구를 성실히 메웠다. 그 땐 그렇게 이것저것 일 벌이면서도 다이어트 한다고 밥 안먹고, 풀메이크업에 높은굽 신발신고 일주일에 몇개씩 알바하면서 틈틈이 친구들과 놀러나갈 수 있었는데, 시간이 흘러 지금은 두가지 병행하는 데만도 허덕이고 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저녁 8시 퇴근이 내 기본값이다. 주 40시간 계약인..

일상/회고 2023. 10. 22. 18:02

드디어 오늘 공식 개강 행사가 있었다! 설레는 마음에 오늘은 금요일부터 적어보는 주간 회고. 사실 나의 야망과 내가 현재 위치한 곳은 그 괴리가 너무 커서, 어떻게든 그 간극을 좁혀보려 발버둥 치던 시절에 우연히 알게된 학교였다. 각종 행정처리부터 여러가지 힘든 일들이 겹치고 일에서 완전히 지쳐 방향을 잃었을 때, 새로 입사한 동료와 외국인으로서의 삶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그녀가 졸업한 석사 프로그램에 대해 듣게 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마감 기한이 임박해 서둘러 지원한 학교였고, 독일에서의 엠비에이라니 계획했던 것도 아니라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막상 오늘 같이 공부할 학생들을 만나보니 각자의 세상에서 각자의 꿈을 품고 각자의 꿈을 이루러 모인 학생들이었다는 사실이 벅..

카테고리 없음 2023. 10. 14. 05:53

그간 나는 어떤 사랑을 했나 잠시 생각해봤다. 글자로 또박또박 적으려니 낯간지러운 질문이지만 꿋꿋하게 던진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갖고 싶은 사랑을 했던 것 같다는 것. 뭐 이렇다 정의하기엔 나는 아직도 젊지만은, 이 사람이 나의 소유였으면 좋겠다는 근본적인 욕망을 잘 감췄다고 믿고 상대에게 나를 잘보이려고 애썼다. 이번엔 아무렴 다르다. 그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린다. 나이가 드는 것일 수도 있겠고, 단지 지금이 일요일 밤이라서 그럴수도 있겠다. . . 짝꿍이 일주일 머물고 어제자로 본국으로 돌아갔다. 공항으로 마중을 다녀온 뒤 홀로 돌아온 집은 왠지 익숙했다. 그가 내게 온 것이 특별한 이벤트였을 뿐, 혼자 있는 것이 원래 당연한 것인 것 같은 요상한 느낌도 들었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밀린 뉴스레터..

카테고리 없음 2023. 10. 9. 07:00